오사카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여행의 피로를 푼다하면서 일행들은 예정된 코스로 대형스파에 들어갔지만
우리나라에도 흔하디 흔한 스파가 아닌가. 물론 이용하는 시설(탈의장 등등)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돈, 시간들여 해외여행와서 목욕탕에서 두시간을 그냥 보내기가 아까웠다.
아마 중국인, 한국인관광객들이 대부분일거라는 생각에 들어가질 않고 나혼자만 가이드에게 말도 없이
슬그머니 뒷골목 구경을 하기로 맘 먹고 1,000엔만 딸랑 들고 잔술집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밀집한 상가 사이에 난 좁은 길 양옆으로는 장기, 바둑집이 보이고
잔술집에는 서서 오뎅 딸랑 한개 두고 맥주 한병을 마시는 사람도 보이고
가게마다 어김없이 메뉴판과 가격이 적혀 있고 나는 천엔으로 한잔만 마시며 친절해 보이는 일본인과
대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마땅한 주제도 없고 간단히 말은 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 듣기가 힘들어 포기했다
횡단보도 앞에 서니
꽤재재하고 마른 중년남자가 닭 날개를 굽고 있는데 점심 먹은지 오래되서 그런지 무지 고소한 냄새가 나는것 같아
조금전 편의점에서 산 아사히 생, 캔맥주가 있어서 그곳에서 닭 날개 하나를 100엔에 주문하니
아주 야무지게 구워 준다. 손이 더러워 보였지만 잘 모르는 가게에 들어가 비싼 안주를 먹다간
주머니에 든 750엔이 모자랄것 같아 겁이나서 차라리 이게 편한것 같았다
전봇대에 기대어 서서 캔 하나랑 닭날개 하나를 먹고 나니 빈속이라 그런지 알딸딸하고 용기가 약간 난다
횡단보도를 건너오니 비닐로 바람을 막은 듯한 가게 안에는 잘 생긴 중년의 남자가 오뎅과 과자를 팔고
작은 탁자가 두개...나는 슬그머니 비닐을 걷고 가게로 들어 섰다
나는 주머니에서 남은 돈 모두를 보여주며 "비루 노미 데끼루?" -맥주 한잔 할 수 있소? - 했더니 그렇다고 꺼덕인다
가게 주인이 말을 많이 하길래 못 알아 듣겠다. 나는 한국인이다 했더니
어쭈 영어로 이야기하네? ㅎㅎ 일본인이 하는 영어는 백프로 다 알아 듣는다. 원어민이 하는것 보다 훨씬 알아듣기 편하거든 ㅎㅎ
안주는 뭘로 먹을까 하고 오뎅솥을 들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국물 떠 먹으면서 주인 눈치보며 꽁짜로 먹는 무우 한덩이가 100엔, 계란 하나가 100엔이라네?
얼른 "다마꼬(계란)"했더니 "애그"하면서 또 영어를 대꾸를 한다.
그냥 "아사히 생에다 계란 하나 주소" 하니 탁자에 앉아 있으면 갖다 주겠다 하면서
큰 그릇에 계란 하나 딸랑 맥주 한캔, 잔 하나를 주었다
옆에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하나 앉아 있어 쳐다 보니 담배를 피우는것 같아서
내가 피우던 우리나라 담배를 한개 건네고 말을 걸었다. 혼자왔냐, 일본은 처음이냐, 일행들은 어디 갔노...둥둥을 물어 본다
원래 남자들은 취하지 않으면 낯선 남자를 경계하는 습성이 있어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진다. 카메라를 집어 넣을까 하면서 거리의 사람들 구경을 했다. 이제 내가 가진 돈은 300엔이 전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간을 보니 일행들이 스파를 끝내고 나올 시간이 30분 남았다
맥주 두캔에다 계란 하나 닭날개 하나를 먹었더니 제법 취기가 오른다
약속장소로 두리번 두리번 걸어오는데 내가 좋아하는 통기타에 뽕짝 노래가 들려서 가까이 가보니
그 노래를 듣고 있던 할배가 취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선떳 술한잔을 건넨다. 얼른 받아 마셨다(큰잔이었고 안주는 읍따 ㅋㅋ)
노래하는 사람 앞에 보니 모금하는 그릇이 보여 갖고 있던 동전들을 몽땅 주었다. 3,000원이 넘는 거금인데...
또 한사람의 할배는 기타를 치고 한사람은 그 옆에서 노래를 부른다. 우리나라 50년대 토릇 음악이랑 똑 같아서 계속 듣고 있으니
담배도 주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쉴새없이 내게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난 10%도 못 알아 들었다. 대충 들어보니 한국과 일본의 과거 감정에 얽메이지 마라며 내게 등을 토닥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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