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TORY

점심식사

인수와 東根 2012. 5. 31. 16:58

요즘 내가 매일 먹는 점심식사 메뉴는 이렇다

10평이 채 되지 않은 식당인데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음식을 만들고

홀서빙과 배달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이 식당은 배달이 90%를 차지하고

주변의 작은 가게나 공장에서 인기가 좋아 점심시간이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바쁘게 보인다

 

가격은 대구탕이 5천원, 된장찌게나 정식이 4천 5백원, 매일 매일 반찬이 다르게 나오며

싱싱한 생선구이는 절대 빠지는 일이 없다. 요즘 우리집 된장이 백화점에서 병에 담긴걸 사 먹다 보니

맛이 없어서 이 식당에서 된장찌게를 즐겨 먹고 있고 전날 과음한 날이면 전화예약을 해서

대구탕도 가끔 먹는다. 어떤 날은 제육볶음이 나올 때 싱싱한 상추까지 나오면서 푸짐한 점심식사가 되기도 하지만

간혹 홀의 빈자리가 없어 난처한 경우가 있고...

 

오늘의 메뉴를 보면

 

열무물김치-국물이 새콤하고 시원해서 후식으로 먹는다. 하지만 동료들과 같이 먹을 때 숟가락이 자주 들어갔다 나오면 안먹는다

호박볶음-매운 반찬이나 짠 반찬을 먹고 나면 한개씩 집어 먹는다. 오늘은 깐새우가 들어가서 영양가가 더 많아졌다

녹두나물무침-참기름을 어떤걸고 쓰는지 집에서 먹는것 보다 훨씬 고소하고 씹는 감촉이 좋다

깻잎지-잎이 달라 붙어 있어 떼어 먹기 귀찮고 짜서 잘 먹질 않는다. 하지만 깻잎의 영양은 놓치기가 아깝다

꽁치구이-시중에 제일 싼 생선이지만 영양가도 높다. 소금을 뿌리지 않은 생꽁치를 즉석으로 구워주며 양념장을 뿌려준다

총각김치-좀 짠편이지만 배추김치와 번갈아 나오며 씹는 감촉 역시 굿이다

 

 

보통 넷이서 밥을 먹으러 가면 밥값은 돌아가면서 낸다. 내 지갑이 무척이나 낡았다

지갑이 마르지 않도록 1달러 지폐도 항상 넣어 다니고 작은 식당이라 카드결제는 안하는걸루 안다

 

 

지갑이 낡았지만 핸드백이 질기고 단단해서 아무 걱정이 없다. 이 속에 넣으면 낡은 지갑도 아무 불편한것이 없고

오래전부터 딸아이가 내게 새 지갑을 선물한다해도 난 웃으며 사양했다.

 저 지갑속의 돈으로 퇴근길에 포장마차에 들러 닭똥집에 소주도 한잔 하고 얼큰해지면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용돈 아끼고 술도 적게 마셔야지 ㅎㅎ

 

사실 나는 집 밖에서의 식사는 어지간하면 안하는 편이다.

재료가 맘에 안들고 모든 사람들의 입에 골고루 맞추다보니 음식들이 모두 어정쩡한 맛이기 때문이다

가령 누가 어느 어느 집에 가면 간장게장을 억수로 잘하는데 같이 가자해서 먹어보면

게 살이 허물허물하고 싱거워 비릿한 맛 때문에 먹지 못한다든지

수입산 돼지고기를 넣고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김치와 함께 찌게를 끓인다든지

만든지 오래된 미역줄기 볶음을 내 놓는다든지...

 

그래서 도심 번화가보다 변두리 허름한 식당에서 깔끔하게 만들어내는 밥과 반찬을 좋아하는 편이다.

25년째 점심을 밖에서 먹고 있고 아직 은퇴를 할려면 몇년이나 더 사먹어야 하는데

까다로운 내 입은 언제까지 이렇게 음식타령을 해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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