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 AM

난(蘭)

인수와 東根 2012. 3. 9. 20:57

7년 6개월쯤 되었지, 내가 지금의 직장으로 발령 오기전 부터

전임자에 의해 관리되어 오던 난초화분 하나가 있는데 다른 책상위에것들은 수북하게 자라 꽃도 피우고 하지만

내꺼는 나를 닮아 키만 비쭉 크고

잎사귀는 딱 8개뿐, 봄에 새싹이 올라와 9개가 되면 반드시 한 잎이 누렇게 물들어 죽어 버린다

 

매월 말일이면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빈약한 난(蘭) 화분을 화장실 세면기 옆에 두고 잎사귀에 묻는 먼지를 씻어내고

물을 듬뿍 준다음 오후 5시쯤에 다시 책상에 올려 놓는다

한번은 노란 약병 같은 영양제도 옆에 꽂아 봤지만 언제나 비쩍 마른 여덟 잎.

 

오늘도 점심을 먹고 식곤증에 몸부림치다 화분을 유심히 보았다.

봄이 되면서 어김없이 새싹이 올라 오고 먼저 있던 한 잎이 누렇게 죽어 가고 있다

 

 

(스마트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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