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Y LIFE

지금 부산항에는

인수와 東根 2011. 8. 12. 20:43

칼치가 춤을 춘다.

 

40여년전쯤에 그러니까 먹을것이 귀해서

구멍가게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는 번데기, 고둥, 감자, 고구마, 땅콩, 연꽃씨앗 삶은것, 논두렁에 무수히 많은 말밥 열매 삶은것, 연근 삶은것,

등교길 학교 정문에서는 칡뿌리, 동네 골목마다 엿장수, 강냉이 장수

또 생각나는것이 작은 자갈을 불에 달구어 밀가루로 만든 딱딱한 조각을 넣고 슬슬 저으면 크게 부푸는 바가지 과자

그리고 고구마 말린것에다 팥을 넣고 끓인 죽, 논에서 잡은 벼메뚜기, 개구리....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 당시에는 부산시내 저지대에는 논과 밭이 많았다 : 지금의 대연동 부경대 부근...)

 

이렇게나 혐오(?)스런 간식거리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 잊을 수 없는것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부산항(부두)에서 잡을 수 있는 망둥어(부산에서는 꼬시래기, 전라도 지방에서는 문저리라 하는데 표준어는 문절망둑이다)다

 

 

어른 손바닥 길이 보다 작은 망둥어는 부산항내 부두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

동네 하수구(당시에는 세제를 쓰지 않아서 지금보다 오염이 심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에서 잡아낸 지렁이 미끼 하나만 있으면

한주전자 가득 잡을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국민학교 5학년쯤 되었을까? 아버지는 부두에서 망둥어를 잡는것 보다 방안에서 라디오 보다 큰

로켓트 밧대리를 검은 고무줄로 묶은 일제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일본 엔카를 듣거나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듣는것을 좋아해서

나혼자만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를 따라 4부두에 즐겨 갔다.

갈 때마다 한되쯤 되는 주전자에 망둥어를 가득 잡아와 가지곤 비늘 벗기고 내장만 제거한 망둥어를 된장에 찍어 막걸리를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기만 했다. 물론 아버지와 나는 아니다, 입이 까다로왔으니 ㅎㅎ

 

 

잡아 온 망둥어(꼬시래기)를 그날 다 먹지를 못하니까 그 당시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요즘의 북어처럼 내장을 빼내고 쫙 편 다음

가마니 위에다 말리기를 수차례, 어느 새 신문지 봉지에 한가득 모이게 되었다. 건축일을 하셨던 작은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는 날이면

나에게 막걸리를 사오라 하고 그 꼬시래기를 자그만 화롯불에 구워  고추장에 찍어서 술과 함께 얼마나 맛있게 드셨는지

못생긴 꼬시래기를 보고 먹고 싶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나도 그 굽는 냄새에 반해 그 옆에서 몇마리를 얻어 먹고 나니

얼마나 맛있는지 학교가 마치고 나면 은근히 부두로 낚시를 가고 싶어졌다

 

 

 

이 부두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영도(한국해양대학교) 서북쪽으로 용두산공원(남포통, 자갈치 시장), 북동쪽으로 황령산(울 아파트), 동쪽으로

오륙도, 광안리, 해운대로 연결되는 세계에서도 몇번째 꼽히는 거대한 컨테이너 부두다. 지방자치단체 생겨나고 지자체장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시민휴식공간을 개발하고 늘려 나가는 과정에서 이 "감만시민부두공원" 생겨나 넓은 무료주차시설과 편의점, 벤치,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사시사철, 그리고 이렇게 더운 여름밤이면 수많은 동네 낚시꾼으로 넘쳐 난다

이날도 바람은 잔잔하고 부두의 가로등이 밝게 비추니 열대야를 피해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 오는 칼치, 고등어, 메가리(아지, 전갱이 치어)가 쉴새 없이 낚여 올라왔고

매번 먼곳으로 혼자 낚시를 다니던 조사도 그날은 와이프를 데려와 손맛을 어김없이 나눠주며 즐거워 했다

이제는 나 어릴적 추억의 그 망둥이를 낚는 낚싯군은 찾아 보기 힘들어졌고, 잡혀 올라오는 고기들을 떼어낼 시간조차 없는

환호소리에 밤이 샐 줄을 모르는것 같았다. 가로등 조명이 워낙 강해서 따로 후래시 장치가 없는 내 카메라는 모두 노란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불과 30분도 채 되질 않아서 올린 조과, 칼치, 메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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