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TORY

고등어 구이

인수와 東根 2016. 7. 31. 22:13

 

 

고등어 구울 때 발생하는 연기도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뜻밖의 발표는 살다살다 처음 듣는

정부기관의 발표였으나 ᆢ

 

지리산 청학동마을 가는길에 평범한 계곡물가에서

만찬이 한창이던 우리,

참나무 숯불위에서 오겹살과 쪽갈비가 구어지고 있는데

냉장고속에 싱싱한 고등어 세마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입에 물고 있던 쪽갈비를 내려 놓았다

 

평소 부산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생선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생선구이 조림을 참 좋아하던터라

"석쇠에다 왕소금 뿌려 고등어도 꾸버 뭅시다"

했더니 "고등어는 기름이 많아서 숯에 기름 떨어지면

불이 크게 붙어

돼지고기가 거을음이 묻게 되면

맛이 없어지니 안됩니다" 한다

 

같이 간 이웃들이 갈비를 뜯으며 건배를 외칠 때

나는 슬거머니 주방으로 가서 후라이팬을 꺼내 고등어를 굽기 시작했다. 식용유가 미쳐 준비가 안되었던 탓에

제일 약한 불로 렌지를 조정해 놓고

고등어는 기름이 많은 편이라 결코 팬에 달라 붙지

않을거라는 확신 아래

눈에 보이는대로 양파 썰고 땡초 썰고 통마늘을 함께

준비했다

 

고등어가 구워지면서 팬에 눌어 붙을까봐

5초에 한번꼴로 팬에 누워 있는 고등어를 흔들어 깨우기를

수차례 ᆢ

TV에서 얼핏 보았던 장면 그대로 굵은 소금을 움켜쥐고 먼곳에서 흩뿌렸다. 짜도 내가 다 먹으면 된다. 간이 맞고 안맞고는

운에 맡길끼다 ㅎㅎ

. . .

 

열두사람이 맛있게 저녁겸 술을 먹고 있는 식탁위에

내가 만든 고등어구이를 탁 내려 놓으니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맛 때문에?

아님 부억 근처도 안가는 내가 이걸 만들었을리가 없어서?

한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나는 소주 한병을 거뜬히 비웠다.

물론 먹성 좋은 이웃들의 젓가락 싸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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