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URES

푸들과 진드기

인수와 東根 2014. 9. 13. 21:52

태어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수컷푸들(쵸콜렛색 스탠다드)


6개월쯤 되었을 때 아파트 단지내 순환도로를 산책하다가

나와 함께 나란히 걷지를 못하고

화단으로 달아나거나 낯선 사람에게로 달려가고

내가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키 큰 내가 작은 강아지 한마리를 못이겨

끙끙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운것 같아서

밖으로 데려 나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강아지(쮼) 가 실내에서만 있다는게

불쌍한 생각이 들어 아파트 단지내 배드민턴장에서

목줄을 풀어 놓으니

마치 산속의 고라니처럼 뛰어 다닌다


그래 이제 나와 함께 산책하거나 달리는것이

익숙해져 가는구나 하고

7개월째 되던 날 뒷산에 올라갔다

물론 목끈을 하고...

오고가는 산행객들은 귀엽다고 쮼을 부르는가하면

어떤 사람들은 쮼이 가까이 올까 두려워 피해 지나갔다

전날 내린 비로 땅이 조금 젖어 있어

쮼 발바닥이 조금 더러워져 있었는데

쮼이 한 부부 산행객들에게 다가가서

항상 내게 하듯이 앞발을 들고 매달리듯

무릎을 쳤더니

그 부인은 굉장히 언짢은 표정을 지었고

그 남편 또한 직접 말을 안했지만

왜 강아지 목끈을 풀었냐고 항의하는것 같았다. 바지에 흙이 조금 묻었으니까


얼른 내가 사과를 하고

목끈을 맬려고 했지만

이 녀석은 천방지축으로 산속 임도를 뛰어 다닌다

아무리 불러도 내게 오지 않았다

간식으로 겨우 유인을 하여 목끈을 매고는

다시는 산에서 풀어 놓지를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아파트 산책, 뒷산 올라가기를 반복하다가

11개월이 되던 추석연휴,

집에서 음식하는데 강아지(쮼)이 방해가 될것 같아

또다시 황령산 정상을 향해 올라 갔다

추석 바로 전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과감히 목끈을 풀었더니

이제 멀리 달아나지도 않고

비좁은 등산로를 잘 따라 온다


황령산 정상근처 봉수대에서

나는 캔맥주를 마시고 쮼은

잡초밭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리다가

사람들이 버려 놓은 아이스커피 용기를 물어다 오고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다녔다


그리고 어제 금요일 오후

한주간 업무를 마무리할려고 할때쯤

집에서 카톡이 왔다

"큰일 났다"

머라꼬? 지금까지 이런 카톡은 받은 적이 없던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쮼 몸에 진드기가 새까맣게 붙어 있다 ㅠㅠ"

그리고 곧바로 진드기 사진이 카톡으로 날라 왔다

일이 손에 잡힐리가 없었다

내가 산에 데리고 가서 진드기 옮겨 왔단다

아~~~ 으짜노 ㅠ




서둘러 집에 오니

거실 바닥에는 진드기를 죽인 핏자국이 거의 100군데 쯤 보이고

진드기를 잡기 위해 밀어버린 쮼 털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우선 급한대로 약국에서 사람 머릿니약으로

샴푸를 할려다가 약 설명서를 보니 사람 입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경고 문구가 보여 포기하고

평소에 봐 두었던 집근처 동물병원으로 갔다, 물론 쮼은 집에 홀로 두고 집전체를 스프레이로 소독하고...


아~ 여기는 완전히 동물종합병원이다

수의사만 무려 7명,

강아지의 입이 닿지 않는 쪽에 젤 타입으로 된 바르는 약이었다

그걸 바르면 피부 전체로 번져 몸에 붙어 있던 진드기가

3일내로 죽어서 떨어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수의사의 설명을 듣고서 안심을 하고 나니

배가 고파 근처 식당에서 꼬막정식을 먹었는데

진드기 생각을 하니 입맛이 뚝 떨어져 먹는둥 마는둥하고 집에 들어 오니

평소처럼 쮼이 우리를 반겼다


먼저 방바닥을 확인하니

진드기가 대략 10마리 정도 보여 엄지손톱으로 톡톡 트뜨려 잡았다

손톱에는 이미 소화가 된 검은 피가 묻어 나고...

첨엔 소름 돋히도록 징그러웠지만 과감히 죽였다

쮼이 가려움으로 고생하다가 혹시나 진드기피로 2차 감염이 생길까봐

무척이나 걱정했지만 수의사의 설명을 듣고 안심을 했다


쮼의 진드기를 확인하기 전날 밤

나는 과음하고 발가벗은 채로 침대에서 껴안고 잤더니

내 몸이 30군데 정도 물린 자국이 생겼다

처음엔 내가 전날 금정산 산행하면서 풀벌레들에게 물린 자국이었는줄 알았는데

진드기들이 밤새 나를 물었던 것이었다

전에 사 두었던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바르고

이틀밤이 지나니 간지러움을 덜하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 다시 쮼의 털을 확 밀어 버리고

샤워 시키고 간식도 많이 줬다

첫날 심심찮게 보이던 방바닥의 진드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쮼은 언제나 변함없이 뛰어 놀고 개구장이 처럼

나에게 장난을 걸고 있다


아~~이제 쮼을 데리고 다시는 산에 못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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