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에 첨 도착했을 때 -
그러니까 이 섬은 도로가 없어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이다 -
리어카나 경운기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시멘트길에
말라버린 달팽이 껍질이 군데 군데 보였다
다음날 아침에 비가 내렸다가 그치고
11시쯤 그 시멘트길을 걸어 오는데
육지의 산에서 보았던 그 달팽이와는 사뭇다른
조금 더 두꺼운듯한 껍질의 달팽이가 보였다
자칫하면 바닷가 고둥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무늬가 선명하고 그 속의 달팽이는 피부가 단단해 보였다
산에서 그 시멘트길을 가로질러
바다쪽으로 모두 이동하는것 처럼 보였다
시멘트길에 차마 엎드릴 수 없어 내려 보면서
사진 몇장을 찍고 유심히 관찰하다
배 시간이 다되어 담을 기약하고
혹시 그 느림보 달팽이들이
바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말라버릴지도 몰라
길을 건너는데 도와주니
곧 바다로 향하는 풀숲으로 기어내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