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URES

사마귀와 강게

인수와 東根 2013. 10. 15. 20:49

여자는 손끝이 날카롭고

동물과 곤충은 발끝이 날카로운데

 

여자는 손끝을 아름답기 위해 다듬고

동물과 곤충은 살아가기 위해 다듬었다

 

억새밭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푸드득 날아와 내 옷자락에 앉았다

그냥 바짓자락에 앉았더라면 요리조리 사진도 찍고 자세히 관찰하며 놀아줄텐데

이 녀석이 살금살금 기어 오르더니 내 팔뚝에 까지 기어 올라 기분이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다 ㅎㅎ

낫처럼 생긴 앞발끝이 제법 날카롭다.

저 뾰족한 발톱으로 수많은 곤충들을 사냥했을터

 

 

 

사방으로 펼쳐진 억새와 갈대숲을 작은 길을 따라 헤쳐지나

강어귀에 다다르니 사람들의 발길이라곤 찾아 보기 힘든데 허리 높이만한 그물이 쳐져 있었다

예전에 티비에서 산에 사는 뱀을 잡기 위해 그물을 쳐 놓은것과 비슷한것이었는데

강에서 거슬러 올라와 억새밭, 갈대밭에서 사는 빨간 게들이 그물에도 근처 바닥에도 그 수가 제법 많았다.

아이쿠 근데 옆에서 꺄악 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 했더니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한손은 그물 아래로 가리킨다

 

흐미~~~~~

시커먼 뱀이다. 60cm 남짓한 녀석인데

바쁘게 도망갈려다가 그물에 부딪혀 헤매다 3초 이내에 사라졌다.

설마 내 발아래로 들어와 숨은건 아니겠지. 후덜덜 ㅠ

내가 억새밭에서 풀섶을 헤치고 걸을 때

발바닥 아래 수많은 풀들 사이에서 쏜살같이 도망가는 녀석을 두번인가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그 녀석이 도마뱀일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저 뱀을 보니 등뒤로 찬바람이 싹 스치는것 같다 ㅎㅎ

 

강 경계부분 절개지에 구멍을 뚫고 살던 게가

점차 영역을 확대해 마른 땅위에도 살다가 결국 육지 생활을 하는 게들을 티비에서 본적이 있는데

아마 이런 게들도 천년 만년의 세월이 지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다

앞다리가 빨간 녀석이 예뻐보여 손으로 잡아서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지만

게란 녀석이 위험을 느끼면 다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습성이 생각나

그 녀석 다리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내 카메라는 가방에 있었고 성급히 스맛폰을 꺼내

몇장 찍어 보았다. 저것이 게 그물일까 뱀 그물일까?

그물을 쓸적 치워 놓고 오고 싶었지만 주인에게 들켜 혼나기 싫어서 그냥 오니

사진을 볼 때 마다 아쉽고 궁금하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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