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꽤나 민감한 나는
10여년전 전남 여수가 친정이라는 이웃에서 가져 온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을 보고 돌게란 녀석을 처음 알았다
식탁에서 첨 만난 그녀석은 냄새가 고약해서 아무래도 젓가락이 가질 않았는데
내가 먹기를 꺼려하면 다들 안먹는 경향이 있어 한마리를 등껍질을 열고 젓가락 끝으로 살짝 맛을 보곤
냉장고 깊숙히 넣어 버렸다. 그집에서는 별미라고 갖다줬는데 ㅎㅎ
지금도 기억하는것은 게 특유의 비린맛에다
염분이 부족해 게살은 허물허물해져가고 있었고...어떻게 이런걸 먹지? 했는데
그로부터 2년쯤 지나 또다시
순천이 친정이라는 지인이 순천지역에서 나오는 칠게(어른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직사각형 뻘게)를 간장에 담궈
한그릇 가득히 담아 왔다. 내가 해산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먹어 보길 권유했다
게장의 맛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이 있었지만 칠게의 생김새가 특이해 작은 녀석의 등쪽 뚜껑을 열고 한입 먹어 보니
첨엔 약간 거부감이 있었지만 또다시 손이 간다. 괜찮은데? 한마리, 두마리,
그 녀석들은 살점도 거의 없다시피한데 먹을수록 입맛이 당긴다.
아이들은 어려서 먹질 않았지만 둘이서 입맛을 다시며 밥을 거뜬히 비워 버렸다
"그럼 전에 먹었던 그 돌게장을 우리집 입맛에 맛게 한번 만들어 보자"
이렇게 내가 제안하고 TV방송에서 언뜻보았던 방법들을 떠올려
부전시장에서 처음에는 1kg만 담궜더니 아이들도 무척 잘 먹고 식탁위에서 젓가락 다툼이 벌어질 정도로 맛있었다
많은 생선들이 봄에 산란을 한다. 멸치는 물론이고
게들도 봄이면 홍시색깔의 알이 가득차 이 때가 제일 맛있을 때다
부산지역에서 돌게를 살 수 있는 곳은 동해남부의 기장시장, 시내 중심에 있는 부전시장, 남해동부의 진해 용원시장이 손꼽힌다
물론 타 지역에서 실려 온 게들도 있겠지만
게들이 사는 물에 따라 몸 빛깔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육질도 다르다(이부분은 전문가도 맛으로 구별하지 못하지만...)
간장게장을 담그는 방법은 인터넷에도 자료가 넘치므로 따로 이야기 하지 않고 우리집만의 방식만 간단히 소개하면
우리집에서는 절대 조선간장(집에서 메주 담그며 만든 간장)을 쓰지 않으며
시중에 팔리고 있는 양조간장중에서 집간장 맛에 가장 가까운 간장, 그 간장만을 고집한다(특정상품의 선전이 될까봐 메이커는 비공개)
그리고 한약재는 절대 첨가하지 않는다. 사진에 보이듯이 기껏해서
생강, 마늘, 양파(단맛을 내기 위해), 매운고추, 대파를 듬뿍 넣고 충분히 끓인다
끓이면 맛도 우러나고 대장균은 다 죽는다 ㅎㅎ
빠트린 것은 게의 등짝과 겨드랑이는 깨끗한 솔로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우리집에는 덩치 큰 돌게를 쓰지 않고 어른 손바닥 반크기 보다 작은 넘들만 쓰기 때문에
이렇게 간장을 부어 놓으면 이틀이면 간이 베어들어 작은 넘들부터 먹을 수 있다
이 날은 1kg 에 15,000원 해서 5kg를 샀다(재리시장의 가게에서 산것이 아니라 모퉁이에서 고무다라이에 담아 파는 아줌마)
생물이라 파장 시간이 가까와 오자 시세보다 약간 싸게 주셨다
등껍질을 열고 홍시같은 저 노란 알을 혀끝에 대어 보면
한국인의 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맛을 느낄것이다
등짝을 떼어 낸 몸뚱이는 가위로 4등분해서 한입에 베어 먹고
앞다리는 굉장히 단단하기에 이빨로 절대 깨물어서는 안된다
원래 게 앞다리살이 가장 맛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참아야 된다
4일쯤 지나면 간장에서 게를 꺼집어 내
한끼 먹을 양만큼 비닐봉지에 담아 김치 냉장고 속에 넣어 보관한다
간장게장을 담글 때 제일 중요한것은 염분농도~~!!!
2일 후 간장을 다시 한번 끓여 붓고
항아리속에서 냉장고 속에서 오래 오래 두고 먹을 생각을 말고(간장게장은 발효식품이 아니다)
이웃에도 나눠주고 빨리 빨리 먹어버리는것이 좋다^^
'FOOD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금바리와 돌돔 (0) | 2013.09.16 |
---|---|
맛있는 맛조개 (0) | 2013.08.06 |
아기 갈치볶음 (0) | 2013.05.26 |
(기장) 멸치젓갈 담그기 (0) | 2013.05.21 |
무안 세발낙지와 바다가재 (0) | 201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