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URES

강아지의 내일

인수와 東根 2013. 3. 25. 20:27

작은 암자, 그 흔한 사찰의 단청조차도 보기 힘든 소박한 산속의 암자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

불교신자도 아닌 내가 시골풍경을 좋아하다보니 느린 걸음으로 터벅터벅 입구에 들어서니

우렁한 짖음으로 커다랗고 누런 강아지가 두마리나 내게 다가온다

순간 "묶어 놓지 않은것을 보니 사납지는 않은가 보다" 하고

일단 강아지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해 180cm 의 내 눈높이를 낮췄다

"아~~, 강아지는 내게 적대감을 가지고 짖은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치면 인삿말로 반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손을 내밀어 머리와 뺨을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흔들며 간지럼을 피하고 있다

긴장을 풀고 저만치 바라다보니

주인인듯한 50대 아저씨가 빙그레 나를 보고 웃고 있고

새끼 강아지가 네마리나 봄날의 햇살아래 졸고 있었다

그래 어미 강아지들은 나를 반기는 것이었다

 

가방안에 있던 식빵을 던져주니 입안의 침을 줄줄 흘리며 한입에 씹더니 삼키지는 않는다

새끼들을 줄려고 하는걸까? 새끼들은 이제 막 젖을 뗏다고 한다.

지금 있는 큰 개 두마리에다 새끼까지 네마리가 생겼으니

주인 아저씨는 사료값을 걱정한다. 개들이 덩치가 커서 나에게 한마리 주고 싶어도

내가 가져 가지 않을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한다

 

주변의 다른 농장이나 식당에는 멧돼지가 가끔 내려 오지만

이 암자에는 큰 강아지 두마리 때문에 얼씬도 안한다고 한다

 

나는 아무리 큰 개라도 그냥 개라고 하지 않고 강아지라 부른다

더 경겹게 들리기 때문이다. 저 새끼 강아지들은 내년에도 저렇게 저 암자에 그대로 남아있을까?

주인 아저씨 말대로 키우기가 벅차 어디로 팔려 가버고 말것인가?

어미 강아지의 눈빛에서 아기 강아지들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폰사진 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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