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살려 보면
40년쯤되었을까? 그 당시 부산에는 자갈치를 끼고 있는 남포동, 광복동과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 서면 부근이 최고의 번화가였다
그곳에는 밤이 되면 카바이트 불빛을 켠 포장마차들이 군데군데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 주인은 담배(한개피씩 팔았음), 껌, 오징어, 땅콩을 팔고
소주(작은잔, 큰잔 등 한잔씩도 팔았음)도 팔고 얼음에 담근 시원하고 달콤한 보리차도 팔았다
소주를 한잔씩 팔았으니 안주도 한접시가 아닌 한점씩 팔았으니
피곤한 노동에 지친 사람들이 퇴근길에 대폿집에늘 들어가기 싫고(혹은 돈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의 포장마차에 그냥 서서
한잔의 소주, 한마리의 해삼(멍게)를 마시고 먹고 한개피의 담배를 사서 피고 집으로 돌아 가는것도 수없이 보았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한달 앞둔 겨울날
포장마차에서 깊이가 얕은 노랗고 작은 냄비에 깨끗이 손질한 닭내장을 갖은 양념을 넣고
매운탕처럼 끓인 닭내장탕을 처음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친구랑 술을 마시다 그 안주속에 들어 있는 덜 만들어진 계란을 보면 서로 먹을려고 하거나
서로 양보하거나 하면서 작은 돈으로 알차게 소주를 마셨던것 같다
그뒤로는 이 안주를 본적도 없다
아니 생각이 나서 이 안주를 먹고 싶지만 다들 내장 특유의 향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아서
굳이 찾을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자주 다니는 대형마트 뒷편 골목집에서 40년가까이 닭내장볶음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있는것을 알았다
퇴근길에 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항상 손님들이 가득하고 큰 전골철판에 푸른배추와 각종 양념을 넣어 볶아 먹는것이었다
나중에 사리를 넣어 먹는 사람들도 있고...
신기해서 이웃집이랑 여섯이서 가서 먹었는데 내장은 너무 손질을 많이 해서 참맛을 잃은것 같았다
요즘 사람들 먹을것이 많기 때문에 저렇게 냄새 나는것을 먹으려 하지 않으니까
다섯번만 씻어도 될 내장을 열번이나 씻는 바람에 예전의 맛이 나지 않는것 같았다
닭내장(탕, 볶음) 요리는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술안주다
그래서 그냥 단순히 혐오식품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
아래 메뉴사진은 울 동네 재래시장에 있는 학사주점이고
요리 사진은 이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타인의 블로그에서 가져 온 사진(항의하면 바로 지우끼예)으로
이른 바, 후추와 소금간만 한 소금구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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