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술집들의 안주는 맛이 없다?
몇년전 서울의 무교동 낙지, 종로 빈대떡, 명태찜...은 물론이고
부산의 유흥가 주변의 술집들은 단지 교통이 편하다는 그 이유로
친구들을 만나거나 각종 모임을 할 때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곳으로 간다
그러면 굳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면 재래시장 주변의 허름한 주막으로 가서
만원짜리 술안주를 즐겨보자
완전공개된 주방에서 어찌 청결해보이지 않은 듯한 시설
오래된 벽지, 술잔, 허리가 굽은 주인 할머니
찬바람이 솔솔 들어 오는 낡은 창문
입구에 들어서자 쾌쾌한 막걸리 냄새
마늘, 고추 같은 양념 냄새
그래도 그곳에는 양복입은 중년신사도 있고
손마디가 굵고 거친 시커먼 30대도 보인다. 혼자 마시는 사람,
넷이서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
만원짜리 안주 하나만 시키고 소주를 4병째 비우고 있는 두사람
꽉찬 째떨이...이곳에도 손님 아가씨가 있고 주부도 있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중년부인도 있더라
주문한 안주가 나오기 전에 밑반찬으로 이렇게 나왔다. 이곳은 막걸리 한통에 2,000원이고
아래 안주는 꽁치통조림에다 묵은김치, 대파 등 갖은 양념을 하고 찌졌는데 으짠일로 콩나물을 한줌 곁들여
맛이 더 좋아진것 같다. 가격은 7,000원이니 막걸리 한통과 곁들여 먹어도 만원이 안된다
요건 5,000원짜리 술안주, 닭내장볶음이다
닭창자를 주로 하고 덤으로 염통, 모래주머니를 몇점 넣어 볶은것이 아니라
냄새가 강한 내장은 넣질 않고 염통과 모래주머니를 갖은 양념에 물을 약간만 넣고 볶은건데
아직 누가 주문하는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내가 주문해 보았다.
내 입맛에는 그저그만인데 왜 사람들은 잘 먹질 않을까?
한겨울에 인기있는 호래기(꼴뚜기) 한접시다. 역시 만원이고 부수적인 안주들은 다들 기본으로 그냥 나온다
만일 이곳이 일본이었더라면 저 버섯볶음도 아마 5,000원은 넘었을것이다
오뎅, 무우생채(김치처럼 담궜다), 햇미역무침, 쌈배추속, 통깨가 듬뿍들어간 초고추장, 갖은 양념을 한 쌈장
그 모두 꽁짜다
이 홍게는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쉬고 있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방송이 나온다.
"포항산 홍게가 두마리 만원에 파는데 늦은 시간이라 4마리에 만원에 파니까 많이 사러들 오이소~~~ 103동 아프로~~~"
헉 얼마전 울산 정자항에 갔을 때 홍게도 1kg에 무지 비싸던데 이게 왠 떡이야
"아들아 어서 가서 20,000원어치만 사 온나~~~!!!"
감색 비닐봉지에 한가득 가지고 들어오는데
구수한 냄새는 온데간데 없고 게비린내가 물씬하다.
허접한 넘 한마리 덤으로 주더라던데 그 녀석이 별루인것 같았다
가위로 이리저리 오려봐도 감질나는 살쩜 몇조각뿐 ㅎㅎ
비싼 대게는 다리 마디위를 살짝 꺽어서 쏘옥 잡아 당기면
다리살이 그대로 빠져 나오는데 이 녀석들은 냄새만 풍겼지
네마리를 먹을 동안 소주 한병도 못 먹을...
나는 왜 번화가의 삼겹살 고깃집이 가기 싫을까?
호화스러운 수족관을 가진 횟집의 음식들이 맛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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