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 AM

하늘과 맞닿은 동네

인수와 東根 2012. 7. 7. 09:47

60년전쯤 한국전쟁 당시 전쟁난민들이 모여 산아래에 만들어 놓은 동네,

전쟁이 끝나고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싸게 팔려진, 버려진 집들에 다른 주인이 나타나고

도시의 저소득층 주민들이 그 주인이 되고

그들의 벅찬 삶들을 이해하는지 모르는지 사진쟁이들의 발길은 간간히 이어지고

이젠 고층 아파트, 빌라(이건 한국식 이름이다) 들과 어울려 어설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부산의 고지대에는 그런 달동네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내가 달동네에서 어린시절, 신혼시절을 보내고

IMF 사태 당시 푼푼히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신규분양 받을려고 부산시내를 돌아 다녔지만

강변이나 분지를 정리하여 들어선 신도시의 아파트는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사방이 고층 아파트이고 도로이고 상가, 음식점, 자동차들...난 그런곳이 싫었다

 

등뒤로 푸른숲과 산이 있어 아침이면 새소리가 들리고

남향으로 부산항이 보이고 그리고 간선도로가 있어 교통이 편리하니

굳이 도심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금전적으로 약간의 손해를 보았지만...

 

이슬비 내리는 주말 베란다 창을 열고 흐린 하늘아래 동네를 바라다 본다

내가 처음에 부산으로 이사를 왔을 때 부산부두로 향하는 기찻길 옆

저지대(지금은 전국 최고의 금융단지가 건설중이다)에 살면서

장마철에 물난리를 많이 겪었던 탓에 아버지는 고지대로 이사를 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어린시절 삶터는 저곳보다 더 높은 곳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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