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TORY

돼지국밥

인수와 東根 2012. 2. 9. 16:41

점심시간에 직장 근처 국밥집에 가니 손님은 없고

그집 가족, 형제들만 앉아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밥을 먹으면서 언뜻 들으니 교사부부인듯한 아들?며느리? 사위? 가 놀러 온 모양이다

주인은 아버지, 어머니, 다문화 가정을 이룬 아들부부가 식당을 운영하고...소박한 가정처럼 보였다

 

우리 둘은 식사를 마치고 동료가 점심값을 계산하면서 현금영수증 카드를 건넸다

"10,000원까지는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된다" 는 주인(그집 식구들 중에 최고 댓빵)의 말에

나는 살짝 귀를 의심한다. 이상하다

같이 밥을 먹는 자식들, 며느리들도 월급쟁일테고 그들도 현금영수증 발급이 된다는것을 알텐데...

대여섯명쯤되는 자식들의 표정을 살짝 엿보니 대략 난감한 표정이었고

그 식당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렇게 벌어서 자식들을 공부시켰구나..." 하고 나는 씁쓸하지만 가만 있었고

나와 같이 밥을 먹고 계산을 한 동료가 "현금영수증이 당연히 되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라고 단 한마디만 던지고 우리는 뒤돌아 보지 않고 문을 나섰다

등뒤에서 "안녕히 가세요" 라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자식들이 말한다

 

나는 평소에 저 정도 금액은 현금영수증 처리를 안하지만

요즘 연말정산기간이라 느낌이 새롭게 와 닿는것 같았다. 사람이 100% 다 양심적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 큰 자식, 며느리 앞에서 저렇게 까지 하면서 한푼을 더 모아야 하는걸까?

지금도 그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아부지, 10,000원어치도 현금영수증 다 끊어 드려야 합니다 ㅠ"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나 역시 양심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어쨋든 메뉴판에 돼지고기가 국산이라고 해 놓았지만 이젠 믿을 수 없어 그집에는 안가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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