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7시 30분에 출발하여 걸어서 황령산 정상까지 1시간 10분...정상에 도착하니
많은 연인들이 저마다 가져 온 스마트폰, 똑딱이로 사진을 찍으며 "왜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지?" 하면서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삼각대에 올려 놓고 찍지 않으면 사진이 안나온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왜? 나도 초짜거등 ㅎㅎ]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딸아이에게 부탁해 놓고 아파트 단지 뒤 산기슭 슬라브 집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길을 지나
황령산 정상으로 향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저녁을 일찍 먹고 자그만 화롯불에 모깃불을 피우는 할머니
오후 늦으막에 산에 올라갔던 이웃들이 내려 오면서 우리들을 보고 야간산행이 재미있겠다고 부러운 눈으로 인사를 한다
황령산은 남과 북으로 산행입구에는 물만골(북쪽), 남쪽에는 문현동 안동네(남쪽), 벽화마을(서쪽)으로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살기 시작한 오래된 낡은 집들이 많이 있어 고층 아파트랑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는 곳이다
요즘은 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황령산을 오른지가 꽤 되었는데 지난 봄에 귀하디 귀한 천연 양귀비를 그곳에서 만났고
오늘은 지금까지 테어나서 보았던 백합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하얗고 큰 백합을 보았다
사진을 찍을려고 했더니 완전 어둠도 아니고 밝지도 않아서 조리개 수치를 어디에 놓아야할지
삼각대를 설치해야 하는지를 망설이다가 나 아니더라도 예쁜 백합 사진은 흔할거라 생각하고 대충 몇장을 찍었더니 쓸모없는 사진이었다
산기슭 맨윗집에는 능소화가 낡은 전깃줄과 어울어져 주위의 허름한 집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체를 뽐내고 있었다
집에서 출발한지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마을의 꽃들을 구경하면서 걸음을 멈추었더니 목에서 땀이 주르르 흐르기 시작했고
나의 땀내음에서 묻어 나오는 체취? 피냄새를 알아 챈 모기들이 무자비하게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
험하지 않는 산이고 여름이라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더니 거의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 심지어 땀이 흐르는 느낌도
모기가 달려 드는것으로 착각하고 내 손으로 나의 팔, 다리를 연신 두들겼다 ㅠㅠ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은 울창한 편백숲으로 되어 있어 달빛이 조금도 들어 오질 않아 칠흙같이 어두워서
땅만 보고 걷다가 옆에 서 있는 편백나무가 사람인줄 알고 깜짝 놀라기를 두어번...어느새 약수터에 도착해서 목을 축이니
저 멀리 능선이 보였다. 나를 따라 나선 와이프는 힘들어 못가겠다고 연신 투정을 해댄다 ㅎ
8부 능선으로 난 도로에는 아베크, 가족들이 가져 온 차량으로 혼잡했고 방송국 송신탑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자귀나무가 불빛을 받아
최고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제 정상이다. 봉수대가 있던 곳이다
어제가 보름이라서 그런지 맑은 날씨에 달은 더 없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바람, 파도가 없으니 광안대교 아래 바다는 물결 조차도 없어
광안대교가 어렴풋이 바다위에 비쳤고, 달과 달빛 또한 그대로 비치고 있는 모습을 황령산 정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광경은 내 카메라에 여지 없이 찍혀 있었기에...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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