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 AM

나의 군인시절

인수와 東根 2010. 6. 26. 12:11

  그리 쉬운 일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방의 의무를 기회 삼아 더 강한 남자가 되었다. 1982년 혼란의 시절에 비쩍 마른 한 청년은 대구역 근처 공설운동장에 집합하여 논산 장정대기소행

군용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니 끌려갔다고 표현하는것이 맞다. 부산에 살고 있었지만 대구가 고향이라 학업으로 1년 연기했던 입영날짜에 맞춰 나 보다 한살 적은 대구친구들과 낯선 곳을 향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어깨동무를 한채 입영열차를 탔다.

가족들과 이별하며 또 사랑하는 여친과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입대동기녀석들...난 아무도 배웅나오지 않아서 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맘속으로 울기만 했다

 

  그 당시 178에 62의 비쩍 마른 체격이었지만 학력, 신체등급 합쳐 1급 갑종으로 논산에 입소한 나는

여러 특수부대 선발에 불려 갔었지만 번번히 신체 조건이 꺼벙해서 탈락했다. 입소 3일째 되던 날 키가 작고

잘생긴 장교, 그리고 깡마르고 빨간 모자를 눌러 써 코 끝과 입만 보이는 하사 하나가 나타나 노란 병역기록부를 들고 나를 호명했다. 입소동기들과 나는 잔뜩 겁을 먹었다 "아..저 부대에 잡혀 가면 혹독한 훈련에 거의 죽음이겠지..." 100명의 장정들이 양팔 간격으로 줄을 서서 발가벗은 채 신체검사를 받았다. 나는 또 불합격이었다 ㅠ 그런데 왠일인가 검은 선그라스를 한 장교가 내 앞에 서서 나를 올려 보더니 "니 사회에 있을 때 머핸노? 일마 완전 약골이네? 니 내따러 가면 아주 강한 놈으로 만들어 줄낀데 갈래?"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발된 100명 중 한명이 도망을 가는 바람에 시간이 없으니까 나를 끼워 급히 100명을 맞출려고 했던 모양이다. 난 주눅이 들어 큰 소리로 "예"하고 보급품자루(따불빽)을 챙겼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를것만 같다. "나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하면서...

 

  육군하사관학교-혹독한 훈련으로 악명이 높다. 뛰면서 먹고 자고...일반 병들은 4주 훈련으로 끝났지만 나는

10주를 구르고 뛰고 넘고 매달리고 ...어느새 나는 피부가 구리빛으로 변해가고 몸무게가 68kg으로 불면서

가슴도 나오고 식스팩이 생기며 어엿한 대한민국 육군 병사로 변해갔다

 

  하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육군기갑학교에 다시 입소해 새로운 14주간의 후반기 훈련이 시작되었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로 밤샌다는데 나 역시 이 이야기는 끝이 없을것 같아 훗날에 다시 또...

 

그 당시 대우 120 냉장고가 유행했었고 나는 주특기 번호가 120 (전차승무원=탱크병)이었다

6개월간의 고된 훈련을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치고 배치 받은 곳은 서부전선 최전방 제0전차대대-

아래 사진은 영원히 목숨을 같이 하자 말없이 맹세한 4명의 승무원이다

22살의 앳띤 전차장, 하지만 독사를 날것으로 먹을 정도로 깡다구는 대단했다-화면 왼쪽에서 두번째

나주 출신의 덩치큰 조종수(운전)-화면 왼쪽에서 첫번째-얼굴을 숙이고 있음, 힘이 장사였음

수원 출신의 예쁘고 순한 탄약수-넘 착해서 제대할 때 까지 병장 진급을 못했다 -맨 오른쪽에 서 있다

그리고 탱크의 주포와 기관총을 담당하는 나는 졸음에 겨워 풀밭에 쓰러져 있다

혹독한 추위속에서 4일째 씻지도 못하고 잠도 설친 훈련 중 신문기자 앞에서 우리는 포즈를 취했다

화면 맨 왼쪽이 내다 ㅎ

훈련이 없을 때면 이렇게 한가하게 사진도 찍고...(맨 가운데가 내다)  맨 왼쪽 충청도 녀석은 거시기가

굉장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

나는 의무복무하는 병사라 전차장이 될 수가 없었다. 어느날 소대장이 니도 전차장석에서 사진하나 찍어 나봐라 하면서 배려(?) ㅎㅎ 나는 제대할 때 까지 저기 삼색 깃발 아래 실내에서 기관총과 포만 죽어라 쏴 댓다 ㅎ 

 

30년이 지난 지금 내 후배들이 저렇게 더 성능 좋은 탱크를 타고 내가 수없이 다녔던 그길을 지축을 진동하는

굉음을 내며 국방의 의무를 담당하고 있다. 탱크 가운데 저 노란 바탕의 1이라는 마크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나는 2년 6개월의 군생활에서 권총만 갖고 다녔다. 아래 사진처럼 저렇게 총을 차면 행동에 불편해서 안되지만 서부영화의 권맨 흉내내느라고 대부분의 동료들이 저렇게 허리춤에 걸쳐 다니다가 지휘관들에게 수 없이 혼난 적이 있다 당연히 허리에 타이트하게 매어 다녀야 탱크에 오르내릴때 걸리지 않는다 ㅎㅎ

베레모가 유난히 잘 어울렸던 "장하사"ㅋㅋ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나의 군인시절을 떠 올리며...

 

(참고영상) 우리와 비교되는 러시아제 T-80 전차(엄청난 화력에다 기동력까지 겸비한 탱크는 지상의 왕자다)

'WHO I 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좋아하는 술안주, 반찬^^  (0) 2010.07.09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0) 2010.06.29
나도 모델이 될 수 있다?  (0) 2010.06.27
부산대 대학원 MBA과정  (0) 2010.06.18
블로그를 개설하며...  (0) 201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