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S

비바람 불던 날에

인수와 東根 2011. 4. 30. 22:35

군 입대, 훈련병 시절 소총사격훈련을 할 때 호흡을 멈추고

한치의 손떨림도 없이 방아쇠를 당겨 250m 거리에 있는 타킷에도 명중을 했었는데

(하긴 남자들 술자리에 앉아 군대이야기를 늘어 놓으면 사격 못했다고 하는 넘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ㅋㅋ)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나 군인이 목표물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또 1,200m 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적전차(탱크)도 간단히 명중시켰던 나였는데...

 

어젯밤 비, 그리오 오전에 비...잠시 비가 멈춘 틈을 이용해

후닥닥 카메라 챙겨들고 아파트 화단을 누볐다.

내가 찍고 싶어하는 꽃과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24시간 넘게 내린 빗물은 나무잎에 앉아 있다가 꼭 하필이면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물방울로 내 머리위에 떨어졌다.

카메라는 물과 습기는 쥐약인데...그냥 사진 찍지 말고 집에 들어갈까? 조마조마하면서 150여장 찍고는

카메라를 품에 안고 들어와 얼른 컴퓨터에 연결해 보았다. 악~~~~!! 모두 촛점이 안맞다.

 

군인시절 군기 바짝들어 사격하던 정신으로 셔터를 눌렀지만 모두 흔들렸다.

초짜인 내가 보기에도 쓸만한 사진 하나도 없다. 사진? 그냥 포기해버려? ㅠㅠ

바람은 왜 더 세게 불어 나를 더 힘들게 하는걸까? 오늘 나에게 남은것 하나도 없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