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S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야생화 사진 전시회)

인수와 東根 2011. 4. 24. 08:41

지난 주 일요일, 부산시내 한가운데 있는 황령산에서의 제비꽃 촬영이

나 혼자만의(가족포함) 첫 출사였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번이 진정 첫 출사였다고나 할까?

 

일주일 전부터 사진취미를 가진 몇몇 지인들과 약속을 하고

첫 출사지를 어디로 할까 논의한 끝에 "야생화 사진전"이 열리는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을 가기로 했다

전날 많은 비로 다음날 까지 비가 올까 많은 걱정을 했고

비에 젖은 풀밭에서 누워야 할 일도 많을텐데 하면서 많은 걱정과 설레임으로 또 잠을 설쳤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려고 10:00 부산발 서울행 KTX 탈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09:10분에 부산역에 도착하니 부산역광장의 시원한 대형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들이 하늘로 뿌려주고 있었고

기차를 기다리는 연인들, 노숙자, 갈곳이 없는 노인, 바삐 플렛포옴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시간이 많이 남아 나는 구석진곳에서 카메라를 꺼내 렌즈를 마운트 했다

분수대를 앞배경으로 부산역 간판을 찍어볼까?

벤치위에서 잠든 노숙자 모습을 담아 볼까?

분수대 둘레에서 허리를 감고 있는 연인들 뒷모습을 찍어 볼까?

무료한 노인 얼굴의 주름살을 접사해볼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뷰파인더속의 피사체를 들여다 보았지만

"어디 감히 허락도 없이 찍는거야?" 하면서 혼날것 같았다

 

서운암에 도착하여 야외에 전시된 야생화사진틀 앞에서니

헉~~!! 사진에서만 보던 얼핏 수백만원 하는 高價의 렌즈와 카메라를 트라이포드에 걸쳐 놓고

뭔가를 주시하고 있는 프로(?) 사진작가들, 순간 내 목에 매달려 있는 내 카메라를 보았다

아~~놔~~넘넘 초라한 내 카메라 ㅠㅠ

나 집에 돌아갈래, 오늘 도저히 기죽어서 사진 못찍을것 같데이 ㅠㅠ

그들처럼 장독대 사이에 피어 있는 할미꽃을 찍고 싶은데 도저히 내 카메라를 들이댈 수가 읍써 ㅠㅠ

 

아이다 내처럼 사진 초짜들이 항상 장비탓을 한다

지가 가진 카메라 렌즈 성능 1/10도 발휘하지도 못한채 카메라탓만 하는거잖아 ㅎㅎ

그래 내도 마구 찍자, 필름값 들어가는것도 아니잖아

할미꽃도 찍고 금낭화도 찍고 민들레도 찍고...마구 찍자 꽃이름 모르면 어때? ㅎㅎ

 

새끼 손톱만한 보라색 꽃에 잔뜩 렌즈를 들이대고 숨을 멈춘 상태로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을 기다리는데

"아~~꽃이 참 예쁘네요, 아저씨 그 꽃이름 머에요?"

나는 그 순간 버벅 버벅...어렵사리 촛점과 구도를 잡았는데 아줌마가 나의 집중력을 흐트려 놓았다

약간 짜증 ㅎㅎ, 그리고 올려다 보니 괜찮은 외모? ㅎㅎ 내가 어짜라고 ㅎㅎ

"내는 꽃이름 모릅니다, 막 찍어가면 사람들이 꽃이름을 알켜 준다아입미꺼"

(아줌마) " 에잉? 난 폼만 보고 전문간줄 알았더만 초짜잖아 ㅎㅎ" "예쁜꽃 마니 마니 찍으세용~~ㅎㅎ" 하면서

손을 흔들고 간다. 아...미치겠네 ㅎㅎ

 

엎드려 찍을 때 사용하던 등산용 돗자리에 걸터 앉아서

군데 군데 쪼그려 있는 프로, 아마츄어 사진작가들, 상춘객들, 연인들이

봄 아지랭이 속에 흐물흐물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오지 않았더라면 무엇을 하면서 주말을 보내고 있을까?

술을 마시고 있을까,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까? 가족들이랑 드라이브를 하고 있을까? 상상하면서

결코 내 시간들이 헛되지 않음을 자위할 수 있었다

 

바람속에서 작은꽃을 접사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

4시간 동안 풀밭은 헤매었지만 초짜인 내 눈으로 봐도 쓸만한 사진 하나도 없지만

훗날을 위해 사진을 남겨 보기로 한다. 난 프로가 아니니깐^^

 

<금낭화, 할미꽃을 인위적으로 번식시켜 지천에 널려 있어 그런지 그다지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더우기 할미꽃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서 간혹 등산로 무덤가에서 보았던 할미꽃 보다 덩치도 크서 야생화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더 아쉬운것은 프로(?) 사진작가들이 예쁜 모습을 담기위해 주위의 풀, 할미꽃들을 솎아 내고 촬영한 흔적들이 남아 있어

그들의 자연보호 정신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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