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영덕 고불봉산행, 높지도 않은 정상에다 3시간 정도만 걷고나면
강구항에서 대게를 먹는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얼른 참가 신청을 하였다
사실은 내가 게맛에 현혹된것이 아니라
포항지역의 야산에서 청노루귀를 첨 만난적이 있어서
그 고불봉도 바다와 인접한 곳이라 따뜻한 해풍이 와 닿는 곳이고
유명산이 아니라 사람들의 발길이 덜해 행여 야생화를 구경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산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근데
회비 30,000원에 그리 높지 않은 산
술, 고기 무한정 제공
그리고 하산하면 맛난 대게까지 준다고 해서 그런지
평소 40명 안팎이던 회원이 그날은 무려 100명에 육박했다
와~~~
아니지
주중에 매서운 꽃샘추위에 많은 사람들이 움츠려 있다가
휴일 초여름 날씨 같이 따뜻한 봄기운을 맞으러 많이들 참가한 모양이다
산행기점에 도착하니
일반 산행객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고
울 회원들만 대형버스 두대에서 우루루 내리니
등산화끈을 묶는 사람, 등산스틱을 챙기는 사람, 화장실에 가는 사람, 담배를 피는 사람
다른 버스에 있어 미쳐 인사를 못나눈 회원들이 반갑게 수다를 떠는 모습...정신이 없다.
산행대장이 산행안내를 할려고 해도 통제가 안된다
목이 쉴 정도로 떠들어도 먹혀들지를 않는다
다들 옷차림도 울긋불긋
주변은 다들 누런 낙엽들과 마른가지들 뿐이라 회원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그 시골마을에 큰 행사가 있는 듯한 분위기다
산행시작 5분만에 비탈길 낙엽더미에서
흰색의 남산제비꽃 한송이를 만났는데 비탈진곳이고 빛도 없어
사진에 담지도 않고 "아, 이 산에는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야생화가 있겠구나" 하고
다시 걸었다. 선두에서 뒤 따라 올라오는 회원들을 보니 정말 과관이다. 무려 100명 ㅎㅎ
한시간도 채 되질 않아 정상(고불봉 235m)에 도착하니
먼저 와 있던 가족 산행객들이 우리 회원숫자에 놀라 서둘러 하산해 버린다
정상의 평지에는 적당히 구부러진 소나무 두그루가 인상적이고
안개에 싸인 영덕마을은 그저 평범한 시골도시가 보인다
도시락들을 꺼내 펼쳐보니 무려 반찬이 100가지다
이건 십만원짜리 뷔페보다 더 낫다
정상에서 강구항까지 거리는 무려 8km
그것도 크고 작은 봉우리를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걸어야 한다
이게 마지막 봉우리겠지하고 내려가면 또다시 작은 봉우리를 만나 오르막길 ㅠ
내가 그 눔의 대게에 낚여 이 생고생을 해야하나? ㅎㅎ
평소 산행 안하던 사람들은 고불봉의 높이만 생각하고 왔다면 꽤나 힘들었을걸?
등산로 주변에 생강나무꽃만 몇번 보인다
사진찍기에 그다지 매력이 없다
강구항을 3km 남짓 남겨둔 지점에 오니 띄엄띄엄 산행객들이 보인다
역시 울 회원들 숫자를 보고 놀란다. 다들 배낭에 노란산악회리본을 달았으니...
이날 찍은 회원들 인물사진만 500장이다 ㅠ
예약해 두었던 대게집에 들어서니
사람 숫자가 너무 많아 두집으로 나눠 들어갔는데
넷이 한테이블, 한테이블에 대게 7마리
대게도 맛이 없고 게딱지밥도 맛이 없다
밑반찬도 완전 꽝 ㅎㅎ
역시 맛난 음식을 먹을 때는
앤이랑 둘이 가던지, 가족이랑 오붓이 가던지해야지
이렇게 무더기로 가서야 무슨 맛을 제대로 보겟노
일찍 먹고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저멀리서 산악회 운영진들과 대게집 주인이 가격 에누리문제로 실랑이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홈쇼핑에서 대게를 주문해 많이 먹어 보았던터라
대게 먹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먹는 속도가 빨라 술도 많이 마시고 많이 묵엇따
형편없이 맛없는 대게였지만 그래도 게맛은 게맛이다 ㅎㅎ
이것으로 그날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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