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URES

추운 박각시나방

인수와 東根 2013. 11. 10. 21:51

나방이지만 움직임은 벌새처럼 공중에 머물며 날개짓하고

꿀을 빠는 습성은 나비와 같고

참새만큼 재빨라 자세히 관찰하기도 힘들다

 

 

 

아침에 뉴스를 보니 중부 산간지역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제법 바람이 차갑다 했는데

화단 옆에 거무티티한 나방이 얌전이 앉아 있다

혹시 출근길 바쁜 걸음에 밟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살짝 내밀어 보니 살금살금 내 손바닥위로 걸어 온다

그래 "추위에 이제 너도 힘을 잃었구나 화단의 풀섶에서 조용히 쉬어라"

하면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동안 꽃밭에서 보았던 박각시나방 같아 보여

얼른 전화기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날개짓하며 꿀을 빠는 모습은 깜찍하고 귀여웠는데

이렇게 얌전히 있는 모습은 그리 예쁜 모습이 아니다

이 녀석은 내 손의 온기를 받고 힘을 얻었는지

내가 화단에 놓아 주기도 전에 전성기의 날개짓으로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가을은 단풍과 낙엽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한편으로 생명들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늙어 가고...

이런 이유로 가을 타는 사람도 있고

쓸쓸하다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CREATU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밖으로 하늘로  (0) 2014.05.09
노린재 유충들  (0) 2014.04.22
벼메뚜기  (0) 2013.11.02
곤충을 먹는다?  (0) 2013.10.23
사마귀와 강게  (0)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