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S

나팔꽃이 질때

인수와 東根 2013. 10. 19. 08:38

무더운 여름날 나는 어디로 쫓아 다녔는지 나팔꽃을 한번 구경하질 못했다

그 파란색과 보라색이 예뻐서 꼭 한번 카메라에 담아 볼려고 했었지만

올해도 그냥 가버렸다.

 

메뚜기조차도 지친듯한 가을날 오후 늦은 시간

시골의 한 초등학교 울타리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넝굴 따라 늦둥이로 피어 있던 나팔꽃은 그나마 해가 지면서 입을 다물고 있었고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는 어린아이들이 술레잡기 하듯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엄마 아빠는 도시로 일을 나갔을까?

아니면 농장일을 하러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걸까?

서산에 해가 늬엿늬엿 저물자 어디선가 할머니가 달려 나와

아이들을 챙겨갈 것만 같다

 

기쁜소식을 전해준다는 나팔꽃,

어릴적 학교에서 나팔꽃씨를 줍던 추억이 살아나고

보험설계사 아주머니가 판촉으로 꽃씨를 건네주던 그때

나는 콘크리트로만 되어 있는 집에서 꽃씨를 뿌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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