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URES

매미

인수와 東根 2013. 8. 4. 22:11

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을 때는

매미소리가 시원하게 정겹게 들릴지는 몰라도

무더운 여름날 도심의 가로수에서 들리는 매미소리는

사람을 더 덥게 만드는것 같다

 

어릴적 풀밭에서 잠자리채, 매미채가 없어도

매뚜기들은 어렵지 않게 잡았지만

높은 나무가지에 앉아서 우는 매미들은 그렇지 못했는데

어느 날 시골 할머니집에 놀러 갔다 온 동네 녀석이

매미통에 한가득 매미를 잡아 와 아이들에게 한마리씩 나눠주는것을 보고

얼마나 부럽고 신기해했는지 모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골 사과나무밭에는 나무도 그리 크지도 않은데

매미들이 수없이 붙어 있어 어린아이도 쉽게 덥썩덥썩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년전만 해도 부산의 도심에서는

수원지 둘레의 나무에 가면 녀석들이 낮은 위치에 앉아 있어

그걸 잡아서 아이들에게 관찰도 시켜주고 한쪽 날개를 떼어

수원지에 던져 넣으면 어디선가 손살같이 잉어가 달려 와 한입에 삼켜 버리는 모습도 보았다

매미에게는 미안하고 잉어에게는 고맙다는 말 들으니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매미들은 요란스럽게 울다가도

사람이 근처에 가면 울음을 멈추고 나뭇가지 뒤로 살금살금 기어가 몸을 숨긴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녀석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개채수가 많은 시골은 그렇지 않겠지만 도심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오늘 나무그늘 아래서 매미를 들여다 보고 있으니

바로 옆가지에서 요란하게 울어대던 넘이 옆에 있는 녀석에게 날아와

살금살금 뒷걸음으로 기어가더니 역시 소리내어 우는 숫넘이라는것을 알아채고는 슬그머니 몸을 돌린다

무척 썰렁했다는 표정이다.

이 녀석들은 열심히 수액을 마시고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하고 곧 생을 마칠거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기들은 오랫동안 어두운 땅속에서 살아갈테고...

 

내 키가 180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손을 뻗어 한마리를 움켜쥐었더니 더 요란하게 울어댄다

수액을 빠는 침을 내 손가락에 꽂을려고 하니 제법 통증이 느껴진다

 

"걱정마, 난 너의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보내줄테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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