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서 벌써 부터 봄마중 가자는 제의가 있었는데
주말마다 내 시간이 맞질 않아 미뤄 오다가 결국 날짜를 맞췄다
어디로 갈까?
어른넷, 그러니까 여자둘 남자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이고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은 남자둘이고
여자들은 장롱면허.
봄구경은 뭐니뭐니 해도 산들바람 맞고
꽃구경하고 맛난것 먹으며 조용한 시골길 한번 달려 오는것이 최고 아닌가
그런데 꽃은 어디에 가서 구경하지?
아직 개나리도, 벚꽃도 시즌이 아닌데?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가 내가 내린 결정은
등산복차림으로 나서서
산속의 야생화를 구경하고
가까운 바다로 가서 생선회 한접시 먹고 오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아스팔트와 농토를 잇는 부분이 턱이 높아
겨우 비탈진곳에 주차를 하고 전에 봐 두었던 대나무숲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20분만 걸읍시다. 힘들더라도 쫌 참으소" 햇더니
감히 내겐 불평을 하지 못하지만 찌푸린 얼굴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 곧 이어 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쑥이다, 쑥~~!!"
"여기는 달래다~~~!! 쑥캐자~~~"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야생화 군락지에 들어서자
그곳 주민 할아버지가 밭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먼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나는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지도 안하고 포토트래킹 백팩에다 넣고 걸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이제 꽃이 다져서 찾는 사람들도 없어 조용하다" 라고 하신다
물론 나도 아는 사실이다. 작년부터 나름대로 체크해 오던 바람꽃, 복수초 등
이른 봄날의 야생화가 피고지는 날자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말씀에 개의치 않고
할아버지께 한번 더 인사를 드리고 산길로 들어 섰다
5분도 채 되질 않아
누런 낙엽더미 위에서 노란 색종이를 뿌려 놓은 듯 복수초가 만발해 있었고
간간히 하얀노루귀가 앙증맞게 피고 있었다.
일행들은 정신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일주일전 딱 한송이만 피어 있던 천성산과 달리
그들은 원없이 꽃구경을 하고, 쑥을 캐고
...
정자활어센터에 들러 쥐노래미(게르치, 양식이 없으니 확실한 자연산이다?) 1kg를 사가지고
갯바위 양지바른 곳에 앉아 소주와 곁들여 먹었다.
아~~내일 산행 때문에 일찍 자야겠다
만일 비가 오질 않는다면 남해바다 섬에서 또 어떤 신비로움, 경이로움을 만나게 될지
잠을 설치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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