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URES

나비의 방심

인수와 東根 2011. 8. 16. 21:14

2011년도 광복절날, 낮 최고기온 33도

 

나는 보았다, 약육강식도 아닌 먹고 먹히는 순간들 먹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최후의 순간들을 보았다

하지만 마음 아파 하진 않는다. 우리 모두가 먹고 먹히는 그 울타리 안에서

먹을 수도 있고 먹힐 수도 있으니 먹는자를 미워해서도 증오해서도 안된다

허공을 맘대로 날아 다닌다고 기어다니는 녀석을 업신 여겨서도 안되고

기어다닌다고 해서 날아 다니는 넘들을 부러워하지도 말아야지...

 

 

기장군 대룡마을에는 집보다 밭이 더 많은 것 같다. 밭에는 논과 달리 물도 없고 주변에 연못이나 웅덩이가 없기 때문에

물을 좋아하는 밀잠자리는 자그만 도랑에도 많이 몰려 든다. 이곳에 터줏대감처럼 노랑 거미는 거미줄을 쳐 놓고 먹잇감을 기다리는데

동족이 먹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지 못 보는지 부지런히 날고 있다

 

이미 한마리가 걸려 있는 상태에서 내가 사진을 찍을려고 하는 순간에도 한마리가 걸려 들었는데 거미 녀석은 나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얼른 끈끈한 거미줄고 잠자리를 포박하고 잠자리의 가슴팍을 덥썩 물었다. 순식간에 퍼진 독 때문일까 잠자리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파트 화단에서 나비를 만났다. 시간도 많은데 그래 여기서 나비사진 연습을 실큰 하자 하면서 살금살금 가까이 가니

어? 나비가 앉은 모습이 어찌 이상하다 기울어 앉은 나비의 더듬이만 까딱까딱 하네?

예쁜 꽃과 나비 사진을 맘 편하게 담겠다고 더 가까이 가 보니....

아이쿠 작은 바둑돌 같이 생긴 거미가 나비의 가슴을 꼭 깨물고 숨을 헐떡이고 있다

 

 

오른쪽 거미줄을 타고 살금살금 기어와 나비를 덥썩 물었다

  

 

투명한 머리와 4쌍의 다리가 마치 갯벌의 집고둥 같이 생겼지만 대단한 사냥 실력을 갖춘것 같다

 

 

 

아마 저 나비의 눈은 앞의 꽃처럼 흐릿흐릿 촛점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심에서 이런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것이 나에겐 대단한 즐거움이다. 안녕~~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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