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35년만에 다시 연락이 닿은 친구가 통영에서 팬션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놀러갔는데 썰물로 드러난 바위틈에서 통영시내에 사는 듯한 두집 아이들이 게와 고둥을 잡고
그 아이 엄마들은 통영바닷가 출신인지 호미로 바위옆의 뻘을 파더니 반지락을 잡고 있었다
아빠들은 낚시를 갔는지 함께 오지 않았다
아이들 나이가 8~12세 정도였으니 그 엄마들은 40이 채 되지도 않았을텐데
가져 온 버너의 가스가 다 떨어지자 자연스럽게 마른가지를 구해와 불을 피운다
도시의 주부들과는 뭔가가 다르다는 느낌, 그 상황에서 도시인들은 포기하고 주변식당에서 사 먹었을지도 모른다
남비의 물이 끓자 아이들을 불러모아 라면을 끓이고 가져 온 김치로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멀리서 바라보는 내가 군침이 줄줄줄...
그 주부들은 차림새는 도시인이지만 야외에서 움직임은 섬소녀들 같다
내가 아이들에게 게가 있는곳을 찾는 방법과 게 잡는 요령을 설명해 줬지만 또
나중에 내가 그들에게 과자를 건네주어도 사양할 정도로 낯선 사람을 조금은 경계하는것 같았는데
아마 부모들의 교육이나 사회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를 잡다가 손가락이 물려 짧은 비명을 지르거나
무거운 돌을 들춰내어 겨우 게를 발견했지만 형이 가로채는 바람에 앙탈을 부리는 아이
그것을 가볍게 나무라는 누나아이 ㅎㅎ
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에게서 나는 또 순수함을 엿보았으니
내 입가에 가는 미소가 몇번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