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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날에

인수와 東根 2012. 7. 14. 14:36

사진속의 날짜를 보니

내가 사진취미를 시작한지 19개월이 되어 감을 알 수 있다

Canon EOS 550D에 18-55 번들렌즈를 백화점에서 사들고 와서

좋아서 어쩔줄 몰라 흥분하던 시절이 어제처럼 생생하고

주말, 휴일이면 산으로 가나 들로 가나 꼭 내손에 쥐어져 있던 그 친구다

 

작년 가을에는 단풍에 물든 불국사를 찍고 싶어서 거금(?)을 들여 한단계 UP된 표준줌렌즈도 장만하고

나름대로 야경도 찍고 했었지만 오랜 사진취미생활을 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장비탓을 하게 되었다

"나도 저런 장비가 있으면 저 정도는 못 찍어도 비슷한 사진은 나오지 않겠나?" 했고

그럴때 마다 그들은 나에게 "못난 선비가 붓타령한다. 그걸로도 좋은 사진 충분히 나온다" 하면서도 내 보다 몇배나 비싼 장비를

여력만 되면 사 가지고 나왔다 ㅠ

 

"그래 공부도 꾸준히 하고, 용돈 절약해서 더 좋은 카메라/렌즈도 사자" 하면서

봄에 Canon EOS 시리즈 중에서 성능이 검정된 최고 인기 모델 5D Mark II 를 장만하고

사용하던 카메라는 식구들이 쓰라고 중고로 보상하지 않았다.

또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직 그 성능의 10% 활용도 못한 상태지만 아무리 봐도

색감이 뛰어나고 확실한 차이를 느껴가고 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지 않는가?

내 카메라의 시선(화각)은 더 넓은것을 요구하고 사람을 찍으면 더 생생한 모습이 탐나

다시 장비병이 꿈틀거린다. 뉴스 현장에서 기자들이 하얗고 길다란 렌즈를 끼우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저 카메라와 렌즈가

사고 싶다. 용돈은 빠듯한데 어떡하지? 그렇다고 중고는 절대 사기 싫고 신품은 너무 높은 가격이...

 

장마철 비가 내리는 주말 아침

부지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중고매장이 있는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저기...550D랑 렌즈가 있는데 팔 수 있을까요?"

"예~~사장님 언제든 갖고 오십시요. 충분히 쳐드리겠습니다" 한다

나는 판단이 서면 옆을 안보는 사람이다. 곧 바로 포장지, 박스, 설명서 등 각종 부속품들을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카메라샾으로 달려 갔다

"난 흥정 못합미더. 사장님 판단하는대로 그 값으로 쳐 주이소"

"...많이 사용한 흔적이 있네요. 그래서 모두 합쳐 00만원 드릴께요" 했다

 

전에 캐논공식대리점에서 부르던 가격이랑 같다. 그래서 두말 할 필요없이 약속대로 "오케이" 라고 했다

서랍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한참이나 세더니 내게 건넨다. 나도 다시 확인하고

내 지갑속에 넣으니 양이 많아서 반지갑이 접혀지질 않는다.

지난 달 생일 선물 받은 지갑속에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오긴 첨이다

 

돈을 받아들고 내가 사고 싶어하는 70-200 망원렌즈 가격을 물어보니

30만원만 더 얹어주면 그자리에서 구입할 수가 있었지만 일단 한 템포 늦춰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다가 보니 안방에 놓여 있던 카메라 가방이 무척 허전해 보인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내 카메라는 이제 내것이 아니다.

주인도 모를 먼곳으로 가 버렸다.

두툼한 내 지갑도 나를 위로할 수 없다

몇번이나 가방을 들여다 봐도 이 허전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평소 식구들에게

"친구들과는 절대 조금도 거래하지 말고

친구들에게 쓰던 물건을 그냥 줘야지 단돈 만원이라도 받고 파는 일은 하지마라" 이렇게 가르쳐 왔던 내가

난생 처름 나의 물건을 팔았다. 원래 카메라/렌즈는 자동차처럼 팔고 또 사고 하는 물건이라 했지만 난 적응이 되질 않는다

비오는 주말...이렇게 허전함으로 오늘을...

 

 

팔려 간 나의 카메라와 렌즈는

나의 첫 DSLR(Canon EOS 550D 와 18-55 번들렌즈)

 

 탐론 17-50 표준줌렌즈

 

 

그 카메라가 남겼던 나의 사진 중 하나 -

이른 봄 첫선을 보인 야생화(노루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