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쯤으로 기억되는 어린이날이었다
그때는 공휴일이었는지, 아니면 그 전날이었는지 어쨋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급반장 어머니, 그외 몇몇 급우들의 어머니들은
나의 어머니와 달리 화장도 많이 하고 화려한 옷을 입었었고 교실 앞쪽에서 선물 보따리를 들고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 나의 어머니는 없었다
어린이날의 노래가 끝나고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으니
한분씩 돌아가면서 학생들에게 사탕, 과자, 노트한권, 연필한자루, 지우개, 책받침 등
각자가 가져 온 선물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종이로 만든 연필에 노트가 찢어지도록 눌러 써도 글자가 희미한 연필심, 그러다 쉽게 부러지고 마는...
침을 아무리 발라도 진한 글씨가 나오지 않는 노트를 쓰던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절을 하면서 받았지만
책상에 여러가지 선물이 어느 정도 모일쯤에 한 아주머니가 선물을 돌리는 표정을 보았고 그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언뜻 들었는데
선물을 받고 있는 우리를 아주 불쌍하게 여기는 말투와 표정에 지독한 서글픔을 맛 보았다
그리고 그순간 그 아주머니 아들을 흘낏 보았더니 아주 건방지고 도도한 표정...
그때 개떡같은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오늘이 어린이날이다.
부산문화회관-평화공원(UN묘지)-조각공원을 돌며 어린이들의 티없이 맑고 순수한 눈동자를 보며
어린시절 항상 떠나지 않았던 열등의식과 반항아적이고 부정적이었던 생각들이 다 부질없었던것임을 또한번 깨우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