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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웃동네

인수와 東根 2012. 3. 9. 10:25

 

산 자와 죽은 자의 동거 2 - 문현동 돌산길

 / 글과사진: 김필연

 

문현동  전포돌산공원 동남쪽 비탈에 자리를 잡은 돌산 2, 3, 4길 주소를 가진 마을이 있다

동의 이름이 문 문(門) 고개 현(峴)인 문현동은 옛날 부산진과 남구 지역을 연결하는

문의 역할을 하던 고개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은 항도 부산의 심장 부분에 위치해 있다.

 

 

    

언뜻 보면 여느 산동네와 비슷한 풍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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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을 몇 발짝만 걸어 들어가면 조금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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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나 남새거리를 심은 분들이 지붕 위에 올려져 있고
집집이 커다란 저수통들을 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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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마을 곳곳엔 전선이나 파이프 등이

얼기설기 많이도 엉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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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담장이나 울타리 곁에 잡초가 자란
작은 텃밭 같은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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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라 하기엔 제법 높낮이가 있고 봉분이라 하기엔

낮아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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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은 집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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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집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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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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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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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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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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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모퉁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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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적인 무덤의 느낌과는 달리 대부분 손닿는 곳의 화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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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아늑해 보인다. 이는 모두 봉분이다.
표현 그대로 산자와 죽은 자가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일년에 한두번 선산
찾아 성묘하고 힐끔 얼굴 내비치는 것에 비하면 여기 무덤들은
행복할 것 같다, 항시 눈길을 받고 사람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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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은 세월이 지나면서 씻기고 깎이고 무연고 무덤은 주거공간에
잠식 당해 그 위에 집이 지어지고, 어떤 곳은 위장을 해버려
성묘하러 왔다가 살림집 아래 묻힌 무덤 때문에 분쟁도 잦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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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자락에 공동묘지가 보인다. 이 마을도 초기에
공동묘지였으나  6.25 전쟁 직후 피란민들이 묘지 사이 공간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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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무허가촌이 형성 되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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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묘지 80여 기 사이사이에 주택 250여 동이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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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필자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빈집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좁디 좁은 골목을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며 깔깔대던 소리가

아직 귀에 쟁한데, (6년 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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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두번째 방문 때 벽화시범마을로 지정되어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은 벽화도 다소 빛을 잃고,
사람사는 정겨운 풍경이 빛을 바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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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뺑끼?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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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덧입혀져 살 내음 배인 풍경마저 덮어 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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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를 가지고 와서 패인 길을 메우시는 할머니
"이젠 예전 같지 않아... 재미도 없고," 하시며 한숨을 뱉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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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낯익은 장소에서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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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첫 방문 때 저 길섶에서 얘기를 나누던 두 분,
이북 억양을 쓰시던 왼쪽 할머니, 평안하신지 궁금하다. (2006년 사진)

"다들 잘 되어서 나갔어, 여기가 명당이래..."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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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윗쪽 전포돌산공원 울타리에,
잘 되어서 나갈 또 한 사람의 이름이 걸려 있다.

2012. 02. 11.


(이상 글과 사진은 조선일보에서 빌려온 자료로써 원작자의 항의시 정중한 사과와 함께 즉시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