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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1급 장애 오빠...

인수와 東根 2012. 1. 20. 10:05

 

성대·서울대 합격한 홍성훈군·홍정민양
뇌병변 1급 장애 오빠 - 매달 소설 쓰며 글짓기 매진 "동생 주인공인 소설 쓸래요"
그 옆을 지킨 여동생 - 오빠 돌보면서도 전교 1등 "간호사 되어 아픈 이 돌볼 것"

홍성훈(20·서울 마포구 성산동)군은 설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가슴이 설렌다. 자기추천전형을 통해 성균관대 인문학부에 합격해 오는 3월부터 새내기가 된다는 소식을 친척들에게 빨리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성훈군은 상암고 1학년 때인 2008년부터 한 달에 단편소설을 한 편씩 쓰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고, 문학적 재능을 살린 끝에 재수생활을 거쳐 대학에 합격했다. 뇌병변 1급인 그는 혼자서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거의 하지 못한다.

동생 정민(19)양도 오빠만큼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 있는 할머니댁에 마음이 달려가고 있다. 아버지 홍승표(46)씨, 어머니 김옥희(48)씨 그리고 동생 성우(16), 성태(9)와 함께 할머니 댁에 갈 예정이다. 정민양도 작년 서울대 간호대학에 합격해 올해부터 오빠와 나란히 새내기가 됐다. 오빠를 항상 옆에서 챙겨준 정민양은 "아픈 사람을 낫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그 꿈을 이뤘다. 몸이 불편한 오빠의 수발을 들어주고 힘겹게 공부하면서 이뤄낸 성과라 기쁨은 더욱 컸다.

정민양은 장애를 가지고 있던 오빠를 따라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물리치료를 받는 오빠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뇌리에 오래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보험설계사인 어머니가 주로 생계를 책임졌지만 잦은 지방출장으로 정민양이 오빠 곁을 지켰다. 화물트럭을 몰던 아버지는 2003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서울 중앙여고를 다니던 정민양은 오빠를 돌보면서도 남보다 2배 이상 노력해 전교 1등(이과)을 유지했다. 정민양은 "고3 올라오기 전에는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면서 "오빠를 돌본다고 크게 힘든 것은 없었다"고 했다.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되는 홍정민(왼쪽)양과 홍성훈군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여동생 정민양은 오빠 성훈군의 손·발 역할을 하면서 서울대에, 성훈군은 뇌병변 1급 장애를 극복하고 성균관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김상민 기자
정민양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는 오빠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오빠가 글짓기대회를 준비한다고 수능 공부에 소홀하면 "그렇게 공부를 안 하면 좋은 대학 못 간다"고 말했다. 오빠가 성균관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정민양은 "제가 잔소리할 때 말 못하는 오빠가 가만있었는데, 글쓰기를 열심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더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성훈군은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대학으로부터 냉랭한 대접을 받았다. 어머니 김씨는 "작년 다른 대학교 면접을 볼 때 말 못하는 성훈이를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게 해달라니까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아이가 시험도 못 봤다"며 "몇 개월 동안 성훈이가 실의에 빠져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고 남매가 대학에 동반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이들의 집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오빠 홍성군은 자신을 도와준 동생 정민양에 대해 묻자, 컴퓨터(워드프로세서) 자판을 두드리며 답했다.

'동생을주인공으로소설쓸겁니다.'

홍성군 가족 6명은 21일 차에 몸을 싣고 할머니 댁을 향해 나선다. 정민양은 여느 때처럼 오빠 옆에 앉아 물과 간식을 먹여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수건을 챙겨들고 수시로 오빠의 입 주위를 닦아주는 것도 정민양의 몫이다. 정민양은 "이제 오빠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번엔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2012년 1월 20일 조선일보 기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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