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달리 고2인 아들녀석은 곤충을 두려워한다. 어쩌다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라도 하나 붙어서 울어대면 가까이 가지도 않고
손짓만 하며 내게 말해준다. 내보고 사진 찍으라꼬 ㅎㅎ
그런 녀석이 올 여름에는 외출 후 집으로 들어 오는 길에 화단에서 알락하늘소 한마리를 겁없이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들어 왔다
"그거 안무섭더나? ㅎㅎ" "니가 왠일이야 곤충을 직접 손으로 집고? 마이 컷네 ㅎㅎ" 했더니
이제 아빠 덕분에 곤충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니 무섭거나 징그러운 생각이 조금씩 줄어 들고 있다고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밟히거나 아이들이 징그럽다고 죽일까봐 데리고 왔다고 했다. 우리는
19층에서 맥문동이 활짝 피어 있는 화단으로 던져 주었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저멀리 날아갔다
물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무기와 냄새를 가진 곤충들이 많지만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그렇게 경계할 만한것이라곤 말벌 종류뿐...
그들은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방어하는것이지 사람들을 괜히 공격하는것이 아니다
인간의 세계도 그런걸까?
시들어가고 있는 루드베키아에서 무엇을 먹고 있을까?
비가 그치고 꽃잎이 열리자 나비들이 더 분주해졌다. 그럴수록 카메라속으로 불러 들이기는 무척 어렵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이렇게 예쁘지도 않은 나비 앞에서 수그리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나비를 보는 눈과 생각이 나와 다르듯 내 삶은 그들과 같지 않다
이런 나를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 도심의 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두고 술을 마시며 떠들기도 하고
때론 이렇게 밖으로 나와 자연속에 나를 던져 넣고 그들과 함께 숨쉬는 것이 그렇게 부질 없는 일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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