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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값비싼 대가를 치른 삼각대구입

인수와 東根 2011. 4. 7. 22:57

 

 

 

 


   카메라 삼각대는 느린 셔터스피드로 사진을 찍을 때는 때 필수적이다. 불꽃이나 폭포 등을 찍을 때는 물론 접사(接寫)의 경우 미세한 흔들림도 사진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삼각대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가나 나 홀로 나들이를 가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반드시 필요하다. 


   글쓴이가 필름카메라를 소지한 지는 벌써 35년이 지났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인 1970년대 중반에 이미 소형카메라(olympus)를 구입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사진 찍는 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한번도 없다.     


   과거에는 매우 작은 장난감 같은 삼각대를 사용하다가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2년 간 생활하며, 제법 고급인 필름카메라(Nikon FE2)를 구입한 후 그에 걸 맞는 3단으로 된 삼각대(SLIK)를 구비하였다.


   그러다가 2004년 봄에는 처음으로 똑딱이(소형자동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한 후 필름카메라를 장롱 속으로 밀어 넣었고, 카메라구입 시에 사은품으로 받은 휴대용 삼각대(alfa DIGIPOD)를 이용하였다.

 

 


   나중에는 똑딱이도 두어 차례 바꿨지만 사진을 많이 찍음에 따라 뭔가 부족한 점을 느끼고는 드디어 지난해 연말 렌즈분리형(DSLR) 카메라(CANON 400D)를 구입하였다.


   그 해 12월말 서울시청과 청계천에서 빛의 축제가 열리자 큰마음 먹고 야경사진을 찍으려 갔다. 물론 오래 전에 방치해 두었던 삼각대를 창고에서 꺼내어 지참하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삼각대를 펼쳐 놓자 디자인도 구식이어서 사용하기가 불편하였을 뿐만 아니라 높이가 너무 낮아 삼각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삼각대와 비교했을 때 내 것은 너무나도 초라하였던 것이다. 약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삼각대도 엄청난 변천을 거듭한 것을 내가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겨우 몇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앞으로 좀더 현대적이고 길이가 긴 삼각대를 구입해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후 차일피일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 10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2007 세계불꽃축제를 개최한다는 뉴스를 보고는 즉시 삼각대를 구입하기로 작심하였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그야말로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보급형의 겨우 3∼5만원에서부터 고급형의 경우 30∼60만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였다. 이 때만 해도 글쓴이는 무슨 삼각대 한 개에 3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 돈이면 자동카메라 한 대 값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삼각대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므로 삼각대에 10만원이상의 거금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TMK-244B이였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니 가격도 배송비를 포함하여  4만 원 미만이었고, 또 비록 중국산이었지만 사용후기를 검색한 결과 가격대비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이를 구입하여 결전의 날 삼각대를 어깨에 매고 보무도 당당하게 한강시민공원(이촌지구)에 입성하였던 것이다. 

 

 


   시민공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마치 삼각대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삼각대의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야간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소지한 브랜드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글쓴이의 삼각대는 외관, 높이, 사용의 편리함(볼 헤드 부착)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어 싼값으로 구입을 잘 하였다는 자화자찬까지 하였다.


   지난 8월 충주호반에 갔다가 좋은 삼각대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에게 어떤 삼각대를 사야 하느냐고 조언을 구했을 때, 반드시 카본재질로 된 삼각대를 구입하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이를 실천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난 10월 중순 울산의 간절곶으로 가서 오랜만에 글쓴이의 인물사진이 들어간 사진을 찍기 위해 문제의 TMK244의 삼각대다리를 펼치는 순간 고정되어 있던 나사못이 빠져 달아나며 한쪽 다리 중 맨 끝 부분이 분리되는 고장이 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빠진 나사못은 찾았지만 안쪽에 끼워져 있는 부속마저 망가져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번이 겨우 두 번째 사용인데 그동안 다리를 잠그고 푸는 고리가 좀 빡빡하여 다소 제품이 부실하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이렇게 쉽사리 고장날 줄은 정말 몰랐다.   

 

                                    <다리가 고장나 분리된 삼각대. 사진으로만 보면 다시 끼우면 될 것 같지만

                                                       속의 부품이 깨어져버려 고정할 수가 없다.>

  


   만약 무게가 나가는 고급렌즈를 끼운 상태에서 삼각대가 고장나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렌즈가 망가질 것이 아닌가. 삼각대 값 절약하려다 비싼 렌즈를 상하게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캐논의 아빠백통(70-200mm, L렌즈)은 가격도 고가이지만 무게만 1.5kg 이상이기 때문이다. 삼각대가 고장이 난 후에야 충주호에서 만난 카메라 전문가가 카본으로 만든 제품을 구입하라는 충고가 옳은 것임을 자각하였다. (고장난 삼각대는 A/S를 위해 연락하지도 않은 채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


   그 후 캐논 직영점에 가서 여러가지 삼각대를 살펴보았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삼각대는 맨프로토(manfrotto)와 지쪼(짓조, gitzo)가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가격을 비교해 보니 맨프로토보다는 지쪼가 훨씬 비쌌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최고급인 지쪼보다는 어느 정도 가격이 합리적인 맨프로토를 선택하였다. 3단으로 된 삼각대(055MF4, 285,000원)와 볼 헤드(486RC2, 67,000원)를 선택하여 거금(352,000원)을 지출하고는 기분 좋게 귀가하였다. 재질도 카본이고 다리를 펼친 상태의 높이도 168cm라서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녀석이 제기하였다. 이 녀석도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 사진을 잘 찍는 친구들을 사귀고 있는데, 맨프로토와 지쪼는 동일한 카본 제품이라도 그 품질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지쪼는 삼각대만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회사이므로 카본을 가공·제작하는 기술이 우수하여 더욱 가볍게 만들지만 맨프로토는 그러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맨프로토190XPROB(가격 125,000원)는 돈벌이를 하지 않는 학생들 사이에 매우 인기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맨프로토가 벤츠라면 지쪼는 롤스로이즈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맨프로토 제품을 285,000원에 구입하는 대신 돈을 조금 더 보태더라도 지쪼제품을 구입해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제기하였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였는데 그러면 왜 그리 잘 알면서 진작 설명을 해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더니 녀석은 내가 거의 30만원에 육박하는 삼각대를 구입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다음날 당장 맨프로토 제품을 환불하고 그 대신 인터넷으로 지쪼 제품(GT2330, 306,540원)을 주문하였다. 이 제품은 카본 재질은 아니지만 새로 개발된 알루미늄으로 최대 9kg까지 하중을 지탱할 수 있다고 하여 결정한 것이다. 

 

 


   최근에 글쓴이가 구입한 지쪼 삼각대(GT 2330)에 맨프로토 볼 헤드(486RC2)를 부착하여 야경촬영을 해 보았다. 그 동안의 시행착오를 깨끗이 날려버릴 정도로 성능이 좋은 것 같다. 다만 한가지 흠은 카본이 아니어서인지 다소 무겁고(무게 1.8kg), 삼각대 다리조작이 원터치가 아닌 나사형식으로 되어 있어 펴고 접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좀 더 가벼운 제품을 구입하려면 그만큼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는 도리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찌되었든 앞으로 분실하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삼각대 타령은 하지 않으리라.  


   끝으로 삼각대에 관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특정제품의 이름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밝힌 것은 독자여러분의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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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펜펜의 나홀로 산행
글쓴이 : pennpen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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