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카메라에 손수건을 감싸고 산길을 터벅터벅 내려오는데
다들 미끄러워 조심조심하고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사방을 부지런히 두리번 거린다
풀잎에 맺힌 빗방울 빗물을 잔뜩 머금고 검게 변해버린 나무토막
주변은 모두 파랗고 싱그럽고 지난 가을부터 남아있던 낙엽조차도 빗물에 반들거린다
이마에 흐르는 땀
잠시 길 한켠으로 비켜서 옷으로 땀을 훔치는데
내 눈 저멀리 샛노란 색채가 얼핏 지나갔다. 다시 눈을 돌려 죽은 나무토막으로
조심스레 달려 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서
이 녀석을 만날려고 대나무 밭 숲에서 모기와 혈투를 벌이며
만나고 싶어하던 망태버섯이 여기에 있다
피어난지 며칠되었을까? 아니면 더운 여름비에 빨리 녹아버렸을까?
다행이 아직 그물치마는 남아 있었다.
주변의 나뭇가지와 낙엽들을 정리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나?
아니다. 자연은 돌 하나도 건드려선 안된다. 있는 그대로 찍자
근데 비가 내리니 ISO를 아무리 올려도 셔터 스피드가 1/30 이상 나오질 않는다
그럼 담에 다시 오기로 하고 인증샷이나 찍지 뭐. 설레이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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