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갑자기 퇴근길에 친구랑 저녁 먹을 일이 있어서
(평소에는 술을 마시지만 차가 있어서 술은 먹지 않고 식사와 커피만 마시기로 하였음)
식당을 찾던 중, 도심에는 주차가 어려워 밥 한끼 맘 편하게 먹기도 힘들어
대로변에서 한블록 뒷편으로 들어 가 보았다
먼저 그 식당의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상호와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고
부산지하철 1호선 범내골역 주변인것 까지만...
그 식당 주변에는 유명 보험회사의 대형건물이 2개나 있고
각종 사무실과 지하철본부가 있어 낮시간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붐빌것 같아
식당에는 손님이 많을것 같았다
소고기 새싹비빔밥이라는 현수막도 보이고 겉모습이 깔끔하다 싶어 들어가서
밥을 주문했는데. 5분쯤 지나 밥이 나왔다
아니 근데 밥은 식어 있었고
그위에 상추를 찢어 넣은것과 당근채, 소고기가루가 보이고
계란후라이... 이 계란 후라이는 어제 구운건지 오늘 아침에 구워서 낮시간에 팔다 남은 것인지
노란자는 딱딱히 굳어 흰자속에 파묻혀 있었고 역시 차가웠다
보통 비빔밥을 주문하면 주문 즉시 계란후라이를 해서 얹어 주는데
노른자는 숫가락으로 건드리면 터져 밥을 비빌때 섞어진다. 그런데 이집은 아니다.
비빔밥에 같이 나온 국물은 배가 고파 밥 먹기도 전에 얼른 숟가락을 두고 입을 바로 대어 마셔 보았더니
그런대로 구수한 맛이 있었지만 역시 미지근 하다
숫가락으로 저어 보니 하얀가루 같은게 보이고 방금 파를 잘게 썰어 넣은 듯 했다
밥이 식어서 잘 비벼 지지도 않았다
밥을 비벼도 고운 빛깔이 나지 않아서 식탁을 둘러보니
고추장 그릇이 없어 벨을 눌렀더니 빨간 케챱프라스틱 용기 같은것을 갔다준다
덤으로 참기름도 듬뿍 갖다 주는데 냄새는 고소한 맛이 났다
기분이 살살 나빠지기 시작하니까 참기름도 의심이 간다
반찬을 찍어 먹을려니 잘게 썬 깍두기와 1/4로 썬 단무지뿐. 짜증나서 또 다시
비빔밥 국물을 마시니 입속에 무엇인가 기분 나쁘게 미끌미끌 거린다. 뱉어보니
10cm쯤 되는 국수가닥이 나온다. 그것도 딱 한줄기다. 아~~~~씨~~~!!!
이건 머야. 손님들 국수말아주던 국물을 비빔밥 국물로 가져 온거 아이가? ㅠㅠ
식은밥에다 오래된 계란후라이, 국수말아주던 국물
왕짜증이 났지만 옆에서 식사하고 있던 손님들을 생각해서 아무말 없이 나왔다
계산대에 가니 홀써빙 보는 여자, 주방의 여자둘이 고개를 내민다. 다들 40대 중반.
내가 밥값을 계산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식은밥 먹으니 먹은것 같지가 않다. 왜이래 밥이 차갑나? 이 집에 오면 다들 찬밥을 주느냐?
계란후라이는 언제 구웠는데 이렇게 차갑고 딱딱하냐?
그리고 저 비빔밥 국물은 어떤 국물이냐?"
내가 이렇게 말할 때 까지 그들은 한마디도 대구 하지 않았다
이웃집 아줌마들 같은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말하기도 싫었다
주인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했을지 나도 모른다.
문을 열고 나서는데 뒤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들이 인사를 한다
"안녕히 가세요..."
그래서 내가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낮에 팔다가 남은 음식으로 저녁장사를 하는것을 이해 못하는것은 아닌데
우리나라 사람들 찬밥, 먹다남은 음식 젤 싫어하는것 모르나? 그것으로 그런식으로 계속 돈벌꺼가?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양심에 100% 자신만만한 사람이 있겠냐만
먹는것, 그것도 남 먹이는것에는 양심을...쫌...안그럿소?
(차마 사진은 내가 공개 못하고 그림으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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