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견인것 같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해발 500미터 이상의 산을 직접 오르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것 같다
각자, 아니면 삼삼오오로 차를 나눠타고 집결지에 모여 저마다 다른 구도의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고 또다른 출사지로 이동을 하고...
물론 차를 가지고 왔으니 술은 대부분 마시질 않는다
하긴 술을 마시면 나처럼 매번 핀이 나간 사진만 찍게 될테니까 ㅎㅎ
그래서 "같이 산행하면서 야생화도 구경하고 같이 갈래요?" 이런 제의를 하지 못하고
내 가족, 친구와 산행을 하면 내가 사진을 찍는다고 조금 뒤쳐져도 기다려 주는 배려가 있다.
나는 사진동호인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부족하다
사진작가가 될려고 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자연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그 재미로 들판으로 산으로 나가고
그 기록들을 남겨두고 내년은 더 알차게 보낼려고 하는것이다
2013년 3월 9일 오후 2시 30분쯤
하산길에 계곡 반대편에서 어떤 여자 사진동호인이
엉덩이를 한껏 치켜 올린채 땅바닥에 엎드린 모습이 보였다
나는 첫눈에 작은 야생화를 찍는거로구나 하면서
그분의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기위해 그냥 몰카를 멀리서 한장 찍었다
대단한 열정도 아니고 야생화를 찍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일행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X침을 주고 싶다는 둥 ㅎㅎ
근데 일행중에 한사람이 산속에서 그 사람이 계곡 반대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잔뜩 엎드려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는 여자 사진동호인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즘마~~~~~!!!!"
그 여자는 움찔하면서 우리쪽으로 본다
"아줌마~~~그기 머 찍능교? 무슨 꽃잉교?~~~"
그 여자는 김이 팍 새어버린 표정으로
"너도 바람꽃~~~~~~!!!!!!!!"
ㅎㅎㅎㅎㅎ 안그래도 손이 떨리지 않을려고
적당한 구도를 잡고 숨을 멈추고 셔터를 지긋이 누르려던 참인데
사진에 대해 문외한인 일행이 찬물을 끼얹은것 처럼 고춧가루를 뿌린셈이다
일행은 그날 내가 만나지 못한 꽃이 저 곳에 있는 줄 알고 내게 도움을 줄려고 했던 모양이다.
비탈진 참나무 낙엽더미 위로 노루귀가 무수히 많이 피어 올라 있었다
어떤 사람은 바지가 황토흙투성이가 되도록 멋진 작품을 담고자 수없이 엎드리고
60이 넘은 남자동호인은 1kg가 넘는 70-200 새아빠백통을 물리고 힘겹게 비탈길을 오르는데
누런 낙엽과 가지만 무성한 이곳에서 그 렌즈로 무엇을 찍을려고 하는지 난 알 수 없다 ㅋㅋ
흰노루귀는 원없이 만났는데
분홍노루귀를 만나러 한번 더 나설까?
아님 청노루귀를 보러 강원도엘 갈까?
그렇다고 수목원이나 들꽃학습원에는 가기 싫다.
보/고/싶/다